남은 자투리 천으로 핸드메이드 베개커버, 북커버 만들기
결혼 전 취미생활이 많았던 저는 (물론 지금도 적진 않습니다.) 파우치와 에코백을 만들어 보겠다면서 원단을 여러 개 구매한 적이 있었어요. 이사하면서도 이고 지고 왔던 천들. 구석에 꽁꽁 봉인해 뒀다가 이번에 하나둘 정리하면서 발굴해 냈는데 그냥 버리기는 아깝고 누구 주기도 아깝고 어디 쓸 곳이 없을까 생각을 하다가 마침 아들 찢어진 베개와 요즘 한창 책 읽기에 빠져서 외출 시에도 들고 다닐 수 있도록 북커버도 만들자 생각했어요.
베개커버 만들기
사실 이 베개가 애기용 아들 베개인데 천이 찢어지지만 않았으면 정말 좋은 베개였었거든요. 애기가 편하게 잘 사용했던 터라 판매점에 가서 커버만 따로 사려하니 더 이상 베개도 커버도 판매하고 계시지 않더라고요. 새로 사긴 너무 아쉽고 이래저래 찢어진 채로 사용하던 중에 까짓 껏 집에서 한번 만들어 보자! 하며 베개 커버 해체부터 시작했어요. 베개 자체가 작은 베개이기도 하고 곡선이 들어간 베개라 도안 구하기도 쉽지 않아서 무작정 뜯기 시작했어요. 못해도 고! 망치면 대충 여유롭게 베갯잇 만들어서 넣으면 되니까요.
그와중에 지퍼는 상태가 좋아 보여서 다시 재활용을 하기로 했어요. 꽃무늬 지퍼라 너무 이뻤거든요. 원단이랑도 너무 잘 어울렸고요.
베개커버를 만드실 땐 지퍼부터 달아주시는게 좋아요. 나중에 달려고 하면 지퍼 끝부분 마무리가 자연스럽게 마감이 되지 않아서 먼저 하시는 걸 추천해 드려요. 개인마다 만드는 스타일이 달라서 편하신 방법으로 하시길 바라요. 제가 야매로 만들기 때문에 정답은 없습니다.
재단은 넉넉하게 기존 원단에서 1센치 더 늘려서 재단해 주었어요. 기존 원단도 바느질 여유 부분을 두고 재단되었는데 저는 처음 만들다 보니 지퍼 부분이 그 사이즈에 맞춰서 바느질하면 제대로 고정이 안 되겠더라고요.
사실 집에 재봉틀이 두개나 있는데도 불구하고 재봉틀을 사용할 줄 모르는 1인이라 혹시나 애들이 크면 취미로 해야지 하고 두었는 데 사용할 일이 참 없더라고요. 웬만하면 손바느질이면 끝나니까요. 좀 더 크면 여유가 생겨서 다르려나요?
아무튼 제일 어려웠던 구간은 라운드에요. 바느질도 촘촘히 하기도 힘들었지만 이 부분이 자칫 잘못하면 울퉁불퉁해져서 심혈을 기울였어요. 게다가 초반에는 재단실수로 양쪽 옆면을 정 반대로 잘랐어야 했는데 똑같이 자르는 바람에 한번 더 실을 트고 작업을 해야 했어요. 저처럼 실수하시는 분들은 드물겠죠?
바느질은 박음질 기법으로 이 기법은 원단을 튼튼하게 꿰매는 방식이라 저는 이 방법으로 바느질을 했어요. 확실히 원단을 잡아 당겨도 원단이 구멍 나면 모를까 바느질 한 부분은 튼튼하게 고정되어 있더라고요. 게다가 박음질이 중간에 실이 끊어져도 쉽게 매듭이 풀리는 현상이 덜해서 저는 웬만하면 이 방법으로 모든 걸 만들기도 해요. 다만, 실 사용량도 많긴 하지만 뒤돌아가서 나오는 방식이라 다른 기법에 비해 만드는 시간도 오래 걸리기도 해요.
완성된 베개는 자세히보시면 야매로 대충 바느질해서 그런지 조금 삐뚤어진 모습이에요. 원래 이런 디자인이다! 하고 세뇌 중인데 볼 때마다 똑바르지 못한 베갯잇이 신경 쓰이긴 하네요. 처음 만드는 베갯잇이라 이 생각을 1도 안했 지모예요.
사실 만드는 동안에도 제가 저를 못믿어서 이게 과연 베개커버가 될까 싶었는데 엉성하지만 만들어진 걸 보고 내가 천재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잠시 했어요. 혼자 자화자찬하고 아들한테도 베개커버를 씌었다고 자랑하기도 하고 신랑은 처음에 제가 못 미더웠는지 별 기대를 안 하다가 다 만들고 보니 제법이라며 처음으로 칭찬을 해주더라고요. 베개를 버리지 않고 좀 더 사용할 수 있어서 너무 기뻤어요.
북커버 만들기
탄력을 받아 수첩 커버도 만들어볼까 하고 시뮬레이션을 해보았어요. 와 근데 수첩은 정말 어렵더라고요. 도톰하게 만든다고 이중으로 하다보니 베개커버보다 배는 힘들었어요. 게다가 저는 도안이나 샘플이 없음 못 만드는 바보. 유튜브보고해도 도움 됐었는데 제 머릿속으로 생각하다가 결국 원단만 버리고 말았어요. 머리보다 몸부터 나가고 보는 성격이라 가끔 이런 시행착오도 자주 겪곤 해요.
그리하여 북커버는 어떻게 만들기 구상이 끝난 후 실행을 해보기로 했어요. 사실 주변에서 말하길 북커버니까 천 안에다가 다른 빳빳한 무언가를 덧대서 만들어야 된다고 말해주었는데 저는 누굽니까. 말하면 안듣고 청개구리처럼 제가 생각한 대로 하는 사람이기에 두 겹으로 북커버를 만들기를 진행했어요.
생각보다 꽤 어려운 작업이였어서 애를 먹었던 북커버 이기도 해요. 책마다 사이즈가 다르니 사이즈 가늠을 어느 정도 해야 할 지도 잘 모르겠고요. 가장 대중적인 사이즈를 골라서 만들었는데 아뿔싸 생각보다 너무 흐물거리고 너무 커서 책이 자꾸 빠지려고 하더라고요. 그렇지만 어디 외출용으로 책 겉표지가 더려워질 염려는 없을 정도는 돼가지고 나름 처음 만들어본 것 치고는 잘 만들었다 생각하며 외출용으로 쓰려고 고이 모셔놨어요.
이렇게 베개커버와 북커버를 만들다보니 삐뚤빼뚤한 게 핸드메이드라 나름 매력이 있더라고요. 좀 더 잘 만들었으면 더 좋았을 텐데 아쉬운 마음도 있었지만 당분간 구매는 안 할 거 같단 생각이 들어요. 더불어 재봉을 얼른 배워서 다음번에는 더 멋지게 완성하고 싶단 생각이 드는 하루였어요. 그래도 아들은 엄마 최고라며 칭찬해 주니 너무 기분이 좋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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