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즈넉한 임고서원 500년 은행나무 단풍 맛집
가을 하면 역시 단풍구경을 빼놓을 수 없는데요. 주말에 아이들이랑 어디갈지 고민하다가 집 근처에 500년이 된 은행나무가 있는 임고서원에 놀러 왔어요. 임고서원은 평소에도 저희가 종종 가는 곳이었는데 한적하고 조용한 곳이어서 바람 쐬러 가기 참 좋은 곳이에요. 임고서원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정자도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어서 여름에도 그 정자에 올라가면 살랑이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면서 마음이 탁 트이는 게 그렇게 기분 좋을 수가 없어요. 옛 선조들도 이렇게 힐링을 했겠구나 싶더라고요. 정말 지상낙원이 따로 없었어요.
이쁜 가을 하늘 아래에 노랗고 빨갛게 물든 나무들을 보니 색이 너무 이쁘더라고요. 이렇게 이쁜 색을 예전에는 왜 미처 몰랐나 몰라요. 하루 종일 아이들과 육아하다 보면 정신적 육체적으로 지치기 일쑤인데 이렇게 자연과 같이 지내고 나면 머리 아팠던 생각들과 불안했던 마음도 조금 정화되는 거 같아요.
저기 보이는 나무가 500년이 더 된 나무예요. 이곳에 서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많은 일들을 겪었을지 은행나무가 참 대단하다고 느껴졌어요. 실제로 보면 나무가 굉장히 커서 웅장한 느낌도 들어요. 단풍나무도 나무지만 이 은행나무 앞에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았어요. 오랜만에 임고서원이 사람들로 활기를 찾는 거 같았어요.
나무 뒤로 보이는 정자가 바로 제가 얘기했던 그 정자예요. 계단을 오르면 갈 수 있는 곳인데 그렇게 힘들지 않은 코스라서 어르신이나 아이들도 쉽게 올라갈 수 있어요.
은행나무 앞에서 저희 아들도 사진 찍어주고 싶었는데 가만히 안 있는 성격이어서 이쁘게 찍기는 실패했네요. 그렇지만 노란 은행잎이 떨어진 곳에서의 아들은 너무 이쁘네요.
정말이지 가을 가을 한 느낌이 너무 따뜻하고 보기 좋았어요.
코로나 때문에 요새는 어디 가기도 좀 꺼려지는데요. 은행나무 보러 어르신들도 제법 많이 오셨더라고요. 사실 저번 주에 왔더라면 나무에 은행나무 가득히 풍성한 잎을 봤을 텐데 한 주 더 있다가 오니 많이 떨어진 상태라 나무 자체는 조금 앙상한 모습이 보이더라고요. 많이 아쉬웠지만 떨어진 은행잎 거리도 너무 이뻤어서 괜찮았어요.
저희 집 똥강아지들도 은행나무 앞에서 사진 한 장 남겼어요. 둘이 동시에 찍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어서 선물 받은 웨건에 태워 겨우 한 장 남겼습니다.
지나가는 길에 길 고양이 가족들도 만나게 되었는데 고양이들이 먹이를 한동안 먹지 못했나 보더라고요. 앙상하게 마른 모습이 너무 가여웠는데 마땅히 고양이에게 줄 밥도 없고 사람음식을 고양이에게 함부로 주면 고양이에게도 자칫 위험해질 수 있어서 지켜볼 수밖에 없었어요.
지나가시던 분이 고양이에게 물을 건네주었는데 물도 못 마신 지 오래되었는지 허겁지겁 먹는 모습이 너무 안타까웠어요.
은행나무 앞에서 심심해하는 아들을 위해 아들 시그니처 캐릭터를 그려 주었어요. 저부터 흙 놀이를 시작하자 이내 바닥에 있는 흙을 만지고 놀더라고요. 사실 요새는 강아지똥이나 다른 동물의 배설물 때문에 흙 만지는 게 꺼려지긴 하지만 놀고 나서 손을 깨끗이 씻쳐주기로 하고 흙을 만지는 걸 허락했어요.
은행나무 앞은 꽤나 널찍해서 킥보드나 웨건을 끌고 놀기에도 참 좋았어요. 다만 앉아서 쉴 벤츠가 없어서 그 점이 조금 아쉽기도 했어요. 저희 같이 두 다리 튼튼한 젊은이들은 괜찮지만 나이가 드신 분들이 마땅히 쉴 공간이 없었다는 게 아쉬웠어요. 쓰레기통도 마찬가지이고요. 아무래도 쓰레기통은 관리 차원에서 만들지 않으셨겠죠?
집으로 돌아가기 전에 아쉬워서 산책로를 잠시 올라갔다 왔어요. 오늘도 이렇게 임고서원에서 아이들과 재밌고 좋은 추억 많이 만들다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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